구텐베르크 인쇄체험전 | 2024 직지문화축제 Gutenberg Printing Workshop 후기

구텐베르크 인쇄체험전 @ 2024 직지문화축제

마인츠 구텐베르크박물관 인쇄 워크숍 · 금속활자 인쇄술의 원형을 직접 체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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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츠 구텐베르크박물관 인쇄 워크숍

2024년 직지문화축제의 특별 전시로 마련된 ‘구텐베르크 인쇄체험전’은 독일 마인츠의 구텐베르크박물관(Gutenberg Museum)의 인쇄체험 프로그램과 구텐베르크 인쇄기를 직접 들여와 진행되는 워크숍입니다. 청주의 고인쇄박물관 로비에서 9월 4일(수)부터 8일(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고 관람객이 15세기 인쇄술을 경험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마인츠 구텐베르크 박물관 인쇄 워크숍

구텐베르크 인쇄술의 탄생과 직지의 발자취

15세기 중반, 독일 마인츠에서 활동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는 금속 활자를 주조하고, 포도주나 올리브를 압착하던 기계의 프레스 구조를 응용한 인쇄기를 개발했습니다. 그의 발명은 단순한 복제를 넘어, ‘대량 인쇄’라는 개념을 세상에 처음 실현시킨 혁신이었습니다.

구텐베르크는 당시 사용되던 압착 프레스에서 영감을 얻어 종이에 일정한 압력을 가해 활자를 찍어내는 인쇄기를 고안했습니다. 또한 납·주석·안티몬 합금으로 활자를 만들어 내구성을 높였고, 유성잉크를 사용해 활자 표면에 잉크가 고르게 묻도록 개선했습니다. 이 기술적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인쇄의 품질과 속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죠.

이 기술의 등장은 책과 지식을 수도원과 학자만의 전유물에서 해방시켰고, 지식이 일반 시민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손으로 일일이 필사하던 중세의 방식은 점차 줄어들었으며, 유럽 사회는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으로 이어지는 지식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구텐베르크는 새로운 인쇄 기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가장 수요가 많고 권위 있는 서적인 성서(Bible)를 인쇄 대상으로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1455년경 완성된 42행 성서(Gutenberg Bible)는 금속활자를 이용한 최초의 대규모 인쇄본으로 평가받습니다. 현재 이 성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인류 지식 보급과 정보 혁명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편, 15세기보다 앞선 1377년 고려시대의 ‘직지심체요절(직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텐베르크보다 약 80년 앞서 제작된 이 인쇄본은 동양에서 이미 활자 인쇄가 얼마나 발전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에요. 서양의 인쇄술과 동양의 활자 기술이 이번 전시를 통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그 상징적 의미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직접 체험하는 구텐베르크 인쇄기

체험 프로그램은 고인쇄박물관 1층 로비에서 현장 예약제로 운영되며, 약 1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저희 팀 4명과 다른 팀 2명이 함께 참여하여 총 6명이 참가하게 되었고, 스태프의 안내를 받으며 인쇄기의 구조와 작동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체험 과정에서는 구텐베르크 인쇄기의 프레스 손잡이를 직접 돌려 압력을 가해보는 기회도 주어져, 15세기 인쇄술의 실제 원리를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활자판 잉크 입히기

체험에서는 미리 준비된 잉크를 롤러로 활자판에 바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15세기 구텐베르크 인쇄술에서는 가죽으로 감싼 둥근 패드(잉킹 볼, inking ball)을 사용해 활자 표면에 잉크를 두드리듯 고르게 묻히는 방식을 썼다고 합니다.

구텐베르크 인쇄술에서 활자판에 잉크를 묻히는 방식

활자판 조합

인쇄할 문구에 맞게 활자판을 조합합니다.

당시에 제작된 활자는 ‘핸드몰드(Hand Mould)’라 불리는 수동 주조기를 이용해 금속을 녹여 만든 것으로, 모양과 크기가 모두 일정하게 맞춰져 있었습니다. 활자를 하나하나 식자대(composing stick)에 끼워 단어와 문장을 구성한 뒤, 이를 철판 위에 옮겨 고정하면 인쇄용 활자판이 완성됩니다.

구텐베르크 인쇄체험전 - 중앙 십자가 장식을 추가해서 인쇄할 성서 인쇄판 만드는 과정

프레스 작동

덮개(인쇄 프레임)에 종이를 먼저 고정한 뒤, 잉크가 묻은 활자판 위로 덮습니다. 손잡이를 돌려 프레스를 작동시키면 덮개가 아래로 눌리면서 활자판과 맞물리고, 종이에 잉크가 눌려 인쇄가 이루어집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의 거대한 나무 손잡이를 돌려서 압력을 주는 과정

인쇄 완성

충분한 압력이 전달된 뒤 덮개를 들어 올리면, 잉크가 고르게 찍힌 구텐베르크 성서의 한 페이지가 완성됩니다. 붉은 장식과 검은 활자가 어우러진 인쇄본은 15세기 인쇄술의 정교함과 예술성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에서 성서 인쇄판을 찍어낸 결과물

이 과정을 통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정확함’과 ‘예술성’을 함께 지닌 장인의 작업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손으로 직접 돌리고 누르며 완성한 한 장의 인쇄물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인류 문화사의 한 장면을 재현하는 듯한 경험이었어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고래 그림 인쇄

체험의 마지막은 고래 그림 인쇄 코너였습니다. 고래 외에도 여러 도안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조카는 고래를 선택했어요. 파랑·빨강·노랑 잉크를 원하는 부분에 롤러로 직접 굴려 색을 입힌 뒤, 프레스를 눌러 인쇄를 완성했습니다.

인쇄 체험은 각 팀에서 한 명씩 직접 참여할 수 있었어요.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묵직한 프레스로 압력을 주는 방식이라면, 이 체험은 아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인쇄 체험이었습니다.

고래가 새겨진 인쇄판에 잉크를 묻히는 과정

체험 후기와 여운

책에서만 보던 15세기의 구텐베르크 인쇄술을 직접 체험해보니, ‘지식이 퍼진다’는 말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와닿았어요. 특히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품은 도시 청주에서 이런 구텐베르크 인쇄체험을 함께할 수 있었다는 점은 더욱 뜻깊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오늘의 경험이 오래 기억에 남아 인쇄의 즐거움과 기록의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해줄 것 같습니다.

성서 구절과 고래 그림을 인쇄한 종이는 말끔히 말아 종이 가방에 담아주셨는데요. 교육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체험이었고, 조카도 “너무 재밌다”며 한 번 더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작지만 손에 남은 인쇄본은 그날의 여운을 오래 간직하게 해주는 최고의 기념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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